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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만으로 소고기 먹은 효과"…한국 연구팀이 개발한 '단백질 밥'

2024-03-19 19:57:04지식

연구팀이 개발한 소고기 쌀을 100g 섭취하면 기존 쌀 100g과 차돌박이 1g을 함께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고기를 먹지 않아도 소고기 먹은 효과를 내는 하이브리드 '단백질 밥'이 나왔다. 젤라틴으로 코팅한 쌀알에 소고기 세포를 붙였다. 연구팀은 "식량 위기와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차세대 식량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진기 연세대 화학·생체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생선 젤라틴과 미생물 트랜스글루타미네이스를 코팅한 쌀알에 소 근육과 지방 세포를 뿌렸다. 이를 통해 소고기를 직접 먹지 않아도 그에 상응하는 단백질원을 얻을 수 있는 쌀알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의 작물 재배 환경이 변하면서 '식량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잦아지면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기존 식용으로 사용됐던 식물, 고기류가 고갈되면서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포 배양이나 원료 가공을 통해 기존 식품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대체 식품을 만드는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다.

연구팀은 쌀알 표면에 소에서 추출한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를 배양해 소고기 섭취 시 얻는 영양분은 그대로 가져가는 쌀을 개발했다.

첫 시도는 쌀알 표면에 난 구멍에 직접 소고기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포들이 곡물에 잘 흡수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생선 젤라틴과 식품 첨가제의 일종인 미생물 트랜스글루타미네이스를 쌀알 표면에 칠했다. 유리알처럼 코팅된 쌀알에 소고기 세포를 올렸더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약 일주일 간 소고기 세포를 쌀알에서 배양했다.

배양한 소고기 쌀을 기존 밥 짓는 방법처럼 씻고 쪄냈다. 연구에 참여한 박소현 박사는 "일반 쌀과는 다른 맛이 났다"며 "견과류 맛이 좀 더 강하고 단단한 식감"이라고 설명했다.

소고기 세포를 입힌 쌀 100그램(g)을 섭취할 때 더 많은 지방과 단백질을 얻게 됐다. 지방은 0.01g, 단백질은 0.31g 늘었다. 변형 전 쌀과 비교할 때 각각 7%, 9% 증가한 수치다. 이는 기존 쌀 100g과 차돌박이 1g을 함께 먹는 것과 비슷한 정도다. 소고기 세포 쌀알은 티스푼의 절반이 채 안되는 작은 크기다. 그럼에도 영양분이 늘어난 이유는 소고기 세포를 쌀알에 배양하는 과정에서 세포 수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소고기 쌀알의 가격이 1킬로그램(kg) 당 약 2.23달러(약 2973원)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성인 3~4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연구팀은 "일반 쌀 가격이 1킬로 당 약 2900원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킬로그램 당 약 2만 원인 소고기 가격과 비교해도 이득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소고기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7kg 정도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구온난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식료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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